2001년 챔피언스리그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발렌시아 – 유럽 정상급 클럽에서 강등 위기로

특정 세대의 축구 팬들에게 발렌시아 CF는 확실한 명문 구단으로 인식된다. 200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과의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배했지만, 그 시기는 발렌시아가 유럽 무대에서 빛나던 시절이었다.

라파 베니테스 감독이 이끌던 발렌시아는 2001/02, 2003/04 시즌 라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스페인 최강팀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2004년에는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2008년에는 코파 델 레이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스페인과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성공을 거뒀다.

2000년대 초반의 발렌시아는 단순히 성적만 좋은 팀이 아니라, 팬들을 열광시키는 매력적인 선수들로 가득했다. 파블로 아이마르, 가이스카 멘디에타, 루벤 바라하 같은 창의적인 미드필더들이 중심을 잡으며, 흥미롭고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위대한 팀은 점차 무너졌고, 현재는 라리가 강등권을 위협받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그렇다면, 발렌시아는 어떻게 몰락하게 된 것일까?

발렌시아의 몰락 – 유럽 강호에서 강등 위기로

2010년대 들어 발렌시아의 전성기는 서서히 빛을 잃었지만, 여전히 다비드 비야, 다비드 실바, 후안 마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며 유럽 대항전에 꾸준히 진출하는 강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발렌시아는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주말 오사수나와의 경기에서 우마르 사디크의 환상적인 마무리 덕분에 3-3 무승부를 간신히 기록했음에도, 팀은 여전히 라리가 강등권인 18위에 머물러 있다.

발렌시아는 1986년 이후 강등된 적이 없으며, 1930년 이후 단 한 시즌만 스페인 1부리그 밖에서 보냈다. 하지만 잘못된 의사 결정이 누적되면서 현재 강등 가능성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20년 전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였던 발렌시아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추락하게 되었을까? 스페인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그 이유를 살펴본다.

발렌시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발렌시아의 몰락은 오랜 기간 예고된 결과였다. 특히 구단 운영진과 경영진의 잘못된 결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4년, 싱가포르의 억만장자 피터 림(Peter Lim)이 발렌시아를 인수했다. 그러나 그의 구단 운영 방식은 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수년 동안 구단 운영에 항의하는 시위와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발렌시아의 현재 상황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구단주의 경영 방식이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켜왔다. 피터 림은 약 10년 동안 발렌시아를 운영하며 부채에서 구단을 구하려고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선수 영입에 대한 긴축 정책과 인건비 감축을 고수하면서 스페인 축구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 중 하나가 몰락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즉, 재정적 안정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오히려 팀의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결과적으로 팀이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원인이 되었다.

발렌시아, 경영진의 실책으로 경쟁력 상실

피터 림이 구단을 인수하기 전, 발렌시아는 라리가 역사상 통산 승점 4위를 기록할 만큼 꾸준한 강팀이었다. 그러나 그의 경영 아래서 발렌시아는 아틀레틱 클럽(빌바오)에게 추월당했으며, 뒤쪽의 다른 팀들마저 승점을 좁혀오고 있다.

이반 투르모(Iván Turmo)는 특히 림의 가장 논란이 된 결정 중 하나로 2019년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Marcelino García Toral) 감독을 경질한 사건을 지적했다.

*”마르셀리노는 코파 델 레이 우승, 그리고 두 시즌 연속 라리가 4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그러나 피터 림은 그를 해임하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몇 달 후, 당시 구단 운영을 총괄하던 마테우 알레마니(Mateu Alemany)마저 경질했는데, 그는 이후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구단 운영을 맡았다.”*

림의 구단 운영 방식은 감독 선임에서도 치명적인 실책을 남겼다.

  • 2015년, 림은 게리 네빌(Gary Neville)을 감독으로 임명했지만, 네빌은 메스타야에서 참혹한 실패를 경험했다.
  • 지난 11년 동안 발렌시아는 15명의 감독을 선임, 평균적으로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감독이 교체되었다.

이처럼 끊임없는 감독 교체는 팀의 전술적 일관성을 완전히 무너뜨렸고, 이는 경기력의 불안정성으로 직결되었다.

선수 판매 중심의 운영 – 경쟁력 약화의 핵심 요인

발렌시아가 꾸준히 팀의 핵심 선수들을 매각하면서도, 그 자금을 선수 보강에 제대로 재투자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지난 10시즌 동안 발렌시아는 오히려 +3,900만 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이적 시장에서 흑자를 유지했다.

  • 선수 영입 비용: 5억 3,500만 유로
  • 선수 판매 수익: 5억 7,400만 유로

유망주 의존과 기대 이하의 성적

발렌시아는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구단 유스 시스템과 젊은 선수들에 의존해 왔다.

  • 지난 시즌 라리가에서 가장 어린 스쿼드를 보유했던 발렌시아는 2021/22 시즌에도 최연소 팀이었다.
  • 현재도 라리가에서 세 번째로 젊은 스쿼드를 구성하고 있으며, 2년 전에는 바르셀로나 다음으로 어린 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젊은 선수 중심의 운영이 팀 성적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발렌시아는 투자 부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순위(강등권 18위)에 머무를 수준의 팀이 아니다.

  • 구단의 스쿼드 시장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발렌시아는 라리가에서 여섯 번째로 가치가 높은 팀이다.
  • 그러나 **현재 순위와 스쿼드 시장 가치의 격차를 비교하면, 발렌시아가 리그에서 가장 큰 하락폭(-12위)**을 기록하고 있다.

즉, 스쿼드의 객관적인 전력에 비해 성적이 심각하게 저조한 상태이며, 이는 구단 운영진의 문제와 전술적 실패가 겹쳐 발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카를로스 코르베란, 발렌시아를 구해낼 수 있을까?

지난 12월, 발렌시아는 과거 팀의 레전드였던 루벤 바라하(Rubén Baraja) 감독을 경질한 후, 새로운 사령탑으로 전 웨스트 브로미치(West Brom) 및 허더즈필드(Huddersfield) 감독이었던 카를로스 코르베란(Carlos Corberán)을 선임했다.

그가 부임했을 당시, 발렌시아는 리그 최하위(20위)였으며, 개막 17경기에서 단 11점밖에 얻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르베란 체제에서는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코르베란 부임 후 라리가 성적:
  • 3승 3무 3패

이는 경기당 승점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지만, 여전히 팀은 강등권(18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반 투르모(Iván Turmo)는 코르베란 체제에서 팀이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르베란이 부임한 이후 팀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젊은 스페인 출신 감독으로, 이번이 엘리트 스페인 축구에서의 첫 지도자 경험이다.”

즉, 그는 발렌시아에서 본격적으로 라리가 정상급 팀을 지도하는 기회를 얻었으며, 현재까지는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강등을 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발렌시아, 라리가 잔류 가능성은?

이반 투르모(Iván Turmo)는 발렌시아가 여전히 라리가에 잔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내 생각에 발렌시아는 라리가에 남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왜냐하면 강등권에 있는 다른 팀들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발렌시아는 1월 이적 시장에서 몇몇 보강을 단행했다.

  • 우마르 사디크(나이지리아, FW) –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임대 영입
  • 사디크는 레알 소시에다드 역사상 최고 이적료로 영입된 선수였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 그러나 강등권 경쟁 팀들의 공격진과 비교하면, 발렌시아에게는 분명한 전력 강화 요인이다.
  • 맥스 애런스(잉글랜드, RB) – 임대 영입
  • 측면 수비 강화를 위해 영입된 선수로, 공격적인 풀백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다.
  • 이반 하이메(스페인, MF) – 포르투에서 임대 영입
  • 미드필드 창의성을 더할 수 있는 자원.

발렌시아, 몰락의 대표적 사례가 되다

만약 발렌시아가 강등된다면, 이는 2000년대 축구 팬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한때 유럽 정상급 클럽이었던 발렌시아가 지속적인 경영 실수로 인해 몰락한 것은, 대형 클럽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과연 코르베란 감독이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을 활용해 팀을 잔류로 이끌 수 있을지, 남은 12경기가 발렌시아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